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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감정 기억의 힘 – 기억은 말이 아닌 감정으로 남는다』
① 감정은 기억의 언어입니다
어느 날, 아무 예고 없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던 장면이라든지,
누군가에게 외면당했다고 느꼈던 순간 말이죠.
그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곤 합니다.
부끄러움, 억울함, 속상함, 외로움…
그 감정들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기억의 깊은 서랍 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이는 말보다 감정을 먼저 기억합니다
아이에게 “그때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라고 물어보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때 기분이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아이는 놀랍도록 정확하게 대답하곤 합니다.
“속상했어.”
“마음이 무서웠어.”
“엄마가 화난 것 같아서 나도 불편했어.”
말은 기억나지 않아도, 그때의 분위기와 감정은
아이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 전문가가 말하는 ‘감정 기억’의 원리
심리학자 댄 시겔(Dan Siegel) 박사는
『The Whole-Brain Child』에서
“감정은 기억을 조직하는 열쇠”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기계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 상태와 함께 정보를 ‘의미’로 연결해 저장합니다.
특히 감정과 관련된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는
논리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하며,
그 기억을 감각 수준에서 ‘몸으로’ 각인시킵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화내며 문을 닫고 나간 그날 밤”은
말보다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느낌,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있던 무서움으로 기억됩니다.
감정은 기억의 하이라이터
하버드 의과대학의 신경과학자 존 레이티(John Ratey) 박사 역시
“감정이 기억을 선택하고 강화한다”고 설명합니다.
감정이 강하게 동반된 경험은
우리 뇌에 ‘이건 중요한 정보야!’라는 신호를 보내며,
기억이 더 선명하고 오래 남게 됩니다.
부모의 말보다, 감정을 어떻게 담았는가
우리는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돼”, “정리하자” 같은 말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어떤 감정의 ‘톤’으로 전달되었느냐가
훨씬 더 깊게 남습니다.
✅ 따뜻한 말투 + 부드러운 눈맞춤 + 손길 → 안정감 기억
❌ 날카로운 말투 + 얼굴 찌푸림 → 위축감 기억
그런데, 훈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오은영 박사님을 비롯한 많은 육아 전문가들은
훈육할 때 부모의 감정을 ‘담지 말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말은 아이에게 차갑게 굴라는 뜻이 아닙니다.
‘화’가 아닌 ‘단호함’으로 경계를 알려주라는 것입니다.
❌ “너 또 왜 그렇게 했어!”
→ 말의 내용보다 ‘분노’라는 감정만 남음✅ “이건 하면 안 되는 행동이야. 지금 멈추자.”
→ 명확한 경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전달
아이에게 감정 없는 훈육은
“나는 혼나더라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이 기억은 아이에게 위축이 아닌 안정된 감정의 흔적으로 남습니다.
실전 팁: 감정 없는 훈육, 이렇게 말해보세요
- “엄마가 너를 사랑해서 말하는 거야. 이건 하면 안 돼.”
- “지금은 멈춰야 해.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 “이건 위험해서 안 돼. 엄마가 도와줄게.”
- “화날 수 있어. 하지만 때리면 안 되는 거야.”
이런 말은 행동을 제지하면서도,
아이가 ‘나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아이는 ‘혼났다’는 기억보다,
‘안전하게 멈춰졌고, 사랑받고 있었다’는 감정을 기억합니다.
감정 기억이 만들어내는 아이의 자기 이야기
반복되는 감정 기억은 단순한 하루의 사건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구성하는 내면의 이야기가 됩니다.
“나는 혼나기 쉬운 사람이야.”
“나는 사랑받는 아이야.”
“엄마는 나랑 있을 때 자주 웃어.”
“아빠는 내 말엔 잘 반응하지 않았어.”
감정은 순간이지만,
감정 기억은 아이 마음의 언어가 되어 평생을 이끕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감정 기억이 자존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심어줘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말보다 오래 남는 건,
그 말을 주던 당신의 표정과 마음이었습니다.